Smells like ______
냄새 나는 사람이 아닌 향기 나는 사람이 되자
좋아하는 독일 소설이 있다.
<향수>라는 천재 조향사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라는 인물에 대한 소설이다. 그루누이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비운의 인물이지만 천부적인 조향 능력 하나만으로 인정 받게 된다. 향에 점점 집착하게 되던 중 그는 첫눈에 반한 여인을 죽여서 향수를 만든다.그리고 점점 살인을 하며 그들의 신체에서 발췌한 냄새를 조합해 궁극의 향수를 만들어낸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기 때문에, 그의 살인 행각도 결국에는 발각된다.대중 광장에서 그의 처형을 앞두고 있던 중, 그가 궁극의 향수를 뿌리자, 격노한 대중들이 순식간에 환각 상태에 빠져 서로에 도취되고 만다.무아지경에 빠져 서로를 탐닉하던 대중을 지나쳐, 그는 유유히 자신이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수산물시장으로 향한다.그리고 궁극의 향수를 자신의 몸에 뿌리고, 냄새에 홀린 사람들이 그를 잡아 먹어치운다.
고등학생 시절 이 소설과 영화를 보며, 그루누이가 그토록 집착해서 만들어낸 향은 결국 사랑이었다고 해석했었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에 의해 유기된 불운한 인물로, 자식으로서 받아야 할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서 아무런 냄새를 맡지 못했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외부의 향에 더욱 집착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처음으로 호감을 느꼈던 인물을 살인한 후 그녀의 몸으로 향수를 만드는 점에서, 그에게 향은 삐뚤어진 사랑의 표현이라 생각했다.결국에는 자신의 궁극의 향수로 광장에서 대중들에게 에로스적인 사랑을 불러 일으키지만,그는 그 집단 무질서에서 마저도 소외된 인물로 쓸쓸히 자신의 출생지로 걸어 돌아가 자신에게 향수를 쏟아 붓는다.그럼으로써 그 향에 도취된 사람들이 그를 식인종마냥 먹어치우며 누군가의 부분이 되어 사라져 없어진다.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던 인물인 만큼, 사랑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매우 극단적인 수단을 써서 누군가와의 일체감을 느끼고 싶었던 게 아닐까라고 그때는 생각했다.
최근에 ‘나만의 향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흥미로운 얘기를 들으며, 이 소설이 문득 기억났다.그루누이가 그토록 집착하며 완성하고자 했던 것이, 결국 ‘나자신’이라면 그는 혼자로써도 완전한 개인이 되고자 노력했던 존재라고 해석할 수도 있으니까. 태어나면서 주어진 존재 이유가 없듯이, 살아가며 결국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만들어나가던 파우스트적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과정에서 있었던 살인은… 전혀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이지만 소설적 분위기 구성을 위한 요소로만 해석되길 바란다)
“인간의 본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실존이 있다. 인간이란 우선 그 자신의 기투”
라고 말한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의 코멘트를 최근에 인상 깊게 읽었었다.의미가 내게 주어진 게 아니라 살면서 만들어나가는 것이 인생의 의미가 된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을 더 책임감 있게, 의미있게 살아야 되겠다. 결국 인생을 반추해봤을 때 냄새 나는 사람이 아닌 향기 나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생각을 낙산사 여행을 마치며 하게 되었다는 게 신기한게, 낙산사의 초입에 ‘길을 길에서 묻다’라는 표지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의미일까 곱씹어 보다가 여행을 마무리하는 지금에서야 나름의 해석으로 풀어본다.